최중호 수필

산에서 찾은 보물

여강 선생 2018. 12. 1. 11:06


                                               산에서 찾은 보물                              

                                                                                                                          최중호
  보물을 찾기 위해 보문산으로 갔다. 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처럼 보물을 찾으러 온 사람들이 아닌 것 같다. 그들은 건강을 위해 산책을 하거나 등산을 하러 온 사람들이다. 어리석은 나만 보물을 찾겠다고 이곳에 온 것이다.
  예로부터 보문산에는 이러한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옛날에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착한 나무꾼이 있었다. 그는 효성이 지극했지만, 형은 성질이 고약한 술주정뱅이였다. 그가 어느 날 산에서 나무를 해서 내려오다 옹달샘 옆에서 쉬고 있는데, 길옆에 물고기 한 마리가 햇볕에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그는 죽어가는 물고기가 불쌍해 샘물에 넣어 주었다. 그러자 물고기는 고맙다는 듯 꼬리를 흔들며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 후 물고기가 있던 자리에 주머니가 하나 놓여 있었다. 주머니에는 ‘은혜를 갚는 주머니’라고 쓰여 있었다. 그는 주머니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주머니에 동전을 한 닢 넣어보았다. 그러자 주머니에서 동전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 그는 큰 부자가 되었다. 이 소문을 들은 형이 그를 찾아와 주머니를 한번 보여 달라고 하였다. 그가 주머니를 보여주자 형은 그것을 빼앗아서 도망치려 했다. 그도 형이 가진 주머니를 빼앗으려고 실랑이를 하였다. 서로 주머니를 가지고 실랑이를 하다가 그만 주머니를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때 형이 화를 내면서 주머니를 발로 짓밟아버리자 주머니 속에 흙이 들어갔다. 그러자 주머니 속에서 흙이 수없이 쏟아져 나와 산이 되었다고 한다. 그 산속에는 아직도 보물 주머니가 묻혀있다고 전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처음에는 보물산(寶物山)이라 불렀으나, 나중에 보문산(寶文山)으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보문산을 찾기 시작한 것은 퇴직하기 일 년 전부터이다. 직장에서 하루에 8시간 이상 근무하다가 퇴직을 하면, 많은 여유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해 보았다. 본래 운동을 싫어하기 때문에 일이 없으면 잠만 잘 것 같았다. 그래 생각해 낸 것이 집 근처에 있는 보문산으로 가 둘레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먼저 휴대용 라디오를 하나 샀다. 친구들과 함께 산에 갈 때도 있겠지만 항상 그리할 수는 없을 것 같아, 혼자 갈 때를 생각해서 그랬다.

 주로 토요일과 일요일에 산길을 걸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나 서민들의 애환이 섞인 이야기를 들으며 산길을 걸으면, 지루하지 않았고 오르막길도 숨이 차지 않았다.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코스의 길을 택하여 걸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호젓한 산길을 걸으면 마음이 편안했다. 즐거운 새소리를 벗 삼아 걷는 것은 정신 및 신체 건강에도 좋았다. 계절마다 새로운 얼굴로 다가오는 산의 모습은 단조로운 생활에 변화와 활력도 주었다.  

   가끔 글을 쓰다가 제목이나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프랑스의 소설가 플로베르의 말처럼 ‘알맞은 말은 하나’라는 생각에 고민할 때가 많았다. 산길에서도 플로베르의 말이 머리에서 쉽게 떠나지 않았다. 산길을 걸으며 ‘이 제목이 좋을까, 저 문장이 좋을까?’를 생각하며 걸었다. 그렇게 제목이나 문장을 되뇌다 보면, 문득 알맞은 제목이나 문장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산길에서 그러한 경험을 여러 번 하였다. 글을 쓰면서 알맞은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면 보문산을 찾는다. 조용한 산길 을 걸으며 산속에 묻혀있는 귀한 글의 보물을 찾기 위해서다.
  나에게 보문산은 보물이 묻혀있는 보물산(寶物山)이 아니라, 글의 보물이 묻혀있는 보문산(寶文山)이 되었다. 
  오늘도 보문산 길을 걸으며 산속에 묻혀있는, 또 하나의 글의 보물을 찾아봐야겠다.

                                                                                           (2018. 그린에세이.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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