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호 수필

관촉사와 탑정호

여강 선생 2019. 2. 5. 21:39


                                                                     관촉사와 탑정호
 
                                                                                                   최중호
 논산시 은진면에 있는 반야산 관촉사로 갔다. 관촉사(灌燭寺) 하면, 사람들은 먼저 은진미륵을 떠 올릴 것이다. 그것은 본래의 이름인 석조미륵보살입상보다, 은진미륵으로 더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은진미륵이 보물에서 국보 제323호로 승격되었다고 한다.
 입구 주차장에 있는 고목이 퍽 인상적이다. 수평으로 안정된 모양을 갖추고 있는 것이 오지랖이 넓은 시골 할머니의 모습이다. 

 가는 길에 일주문(一柱門)이 있다. 불가에선 이 문을 경계로 안쪽은 진계(眞界)요, 바깥쪽은 속계(俗界)라 구분을 한다. 이 문에서부터 청정한 일심(一心)으로 정진과 수행의 길로 들어선다는 의미이다.
 천왕문을 지나 반야루 아래에 있는 계단을 오르면 대광명전(大光明殿)이 나온다. 대광명전은 밖에서는 2층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 가 보면 천정이 높은 1층 건물이다. 그 안에다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노사나불과 석가모니불을 봉안하였다.
 미륵불 앞에 있는 미륵전으로 갔다. 그곳은 미륵불이 보이는 쪽 벽면을 유리창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미륵전 안에서도 미륵불을 보며 예불을 할 수가 있다.

 관촉사의 상징인 미륵불이 있는 곳으로 갔다. 반야산 기슭에 우뚝 선 미륵불은 넓은 탑정호수를 품에 안고, 자비로운 미소로 사람들을 반긴다. 미륵불은 높이가 18m 정도로 국내에서 제일 큰 석불이라 한다. 미륵불 옆에 있는 사적비(事蹟碑)에 의하면, ‘고려 광종 19년(968년)에 반야산에서 나물을 뜯던 여인이 어디선가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그곳에 커다란 바위가 솟아 있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조정에서도 길조라 생각하여 혜공 대사를 시켜 불상을 조성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미륵불은 허리를 중심으로 위와 아래가 각각 하나의 돌로 되어있다. 체형보다 얼굴이 좀 긴 편이라서 전체적인 균형은 맞지 않지만, 그래도 안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미륵불의 표정은 아직 중생을 다 구제하지 못해 아쉬운 듯,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미륵불의 미간에 박혀있는 보석에서 빛이 난다. 그래서였을까? 중국의 승려 지안(智眼)이 그 빛을 따라 이곳에 와서 예배를 했는데, 그 밝은 빛이 촛불과 같다 하여 절 이름을 관촉사(灌燭寺)라 불렀다고 한다.
 미륵불 앞에는 보물 제232호인 크고 장중한 사각 석등(石燈)이 있다. 다른 절에 있는 석등이 대부분 팔각인 데 반하여, 이곳에 있는 석등은 사각으로 되어 있다. 불을 밝히는 창(窓)도 다른 절의 것보다 넓다. 그것은 밝은 진리의 빛을 더 널리 비추려고 했던 것 같다.

 석등과 미륵전 사이에 작은 석탑이 있고, 그 앞에 직사각형으로 된 배례석(拜禮石)이 있다. 이곳이 부처님께 합장하고 예를 갖추는 곳이다. 배례석의 윗면에는 연꽃 세 송이를 줄기와 함께 돋을새김해 놓았다. 연꽃은 오랜 세월,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시들지 않고 활짝 핀 상태 그대로였다.

 그 외에 다른 사찰에서 볼 수 없는 석문(石門)이 있다. 그 문은 양쪽에 세워진 돌기둥 위에 넓은 돌을 올려놓은 것으로, 한쪽엔 해탈문(解脫門), 다른 한쪽엔 관촉사(灌燭寺)라 새겨져 있었다.
 미륵불의 자비로운 미소를 뒤로하고, 해탈문을 나와 5.8km 거리에 있는 탑정호수로 갔다.
 이 호수가 충남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라 한다.  

 댐 위에 있는 탑정호 광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황산벌의 영웅 계백 장군을 만날 수 있었다. 넓은 철판에서 투구를 쓴 계백 장군의 모습을 떼어 낸 조형물이다. 철판의 공간이 투구를 쓴 계백 장군의 모습이다.
 조형물 뒤로 호수가 있다. 대둔산에서 흐르는 깨끗한 물을 담아서인지 호수가 아주 맑다. 오늘따라 바람까지 없어, 호수가 마치 커다란 명경지수처럼 보인다.
 댐이 끝나는 곳에 유형문화재인 탑정리 석탑이 있다. 이 탑은 본래 수몰 지역의 어린사(魚鱗寺)란 절에 있던 것인데, 저수지 공사 때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아담한 크기에 받침석과 1층만 남아있어 탑이라기보다 석등처럼 보인다.

  석탑 아래쪽 호수에는 수변(水邊)으로 이어진 2.94km의 긴 데크 길이 놓여있다. 그 길을 걸으며 잔잔한 수면 위에 드리워진 송림의 그림자를 보면,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데크 길이 끝나는 곳엔 탑정호수가 감춰 둔 또 하나의 보물이 있다. 탑정호 수변 생태공원이다.

 총면적 4,800㎡의 넓이에 물레방아, 향기원, 연꽃원, 억새단지 등을 조성해 놓아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다. 그리고 2019년까지 예산 86억을 투자해 탑정호수를 가로지르는 600m의 출렁다리를 놓을 계획이라 한다.
 탑정호수는 물고기가 많아 전국의 강태공들이 즐겨 찾는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그래 경관이 좋은 수변 곳곳에 민물매운탕집이 있고, 연인과 대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카페도 있다. 해 질 무렵이면 호수를 물들인 낙조는 길손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호수에 잠긴 달빛은 연인들의 속삭임마저 멈추게 한다.

                                                      

                                                                                                                  (2018. 수필문학추천작가회 연간사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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