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호 수필

제목은 수필의 얼굴이다.

여강 선생 2025. 10. 7. 12:41

                                                       제목은 수필의 얼굴이다

                                                                                           최중호                                      
  사람을 처음 만나면 그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먼저 얼굴을 보게 된다. 그래 첫인상이 좋으면 마음이 좋게 보여 친근감을 느끼게 되고 교유(交遊)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게 된다.
  수필의 제목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봇물 터지듯 많이 출판되는 잡지나 수필 전문지에 많은 수필가들이 글을 발표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잡지나 수필 전문지 한 권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읽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인(知人)의 글이나 흥미 있는 제목의 글을 선택해서 읽게 된다.
  따라서, 수필의 제목도 우선 독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제목이었으면 한다. 그렇다고 제목만 번지르르하고 주제가 뚜렷하지 않은 글이라면, 수필을 쓰는 사람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글은 겉만 화려하게 장식했을 뿐, 내부 인테리어에는 신경을 쓰지 않은 건물이거나 속 빈 강정과 같을 뿐이다.
  수필의 제목은 어떻게 정하는 것이 좋을까?
  수필의 제목에 대하여 사람들은 유명론(唯名論)과 실명론(實名論)으로 구분하게 되는데, 유명론의 경우 R.프르스트는 한 편의 글을 옷에 비유하여 제목은 옷걸이 정도로 비유하였고, 실명론은 수필을 쓰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제목만으로도 작품의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이 가게 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실명론은 글 전체의 내용을 간추려 요약할 수 있는 주제문이 있고, 이 주제문의 주요 단어나 관념을 추출해서 그것을 제목으로 정하거나 주제문을 짧게 줄여 함축성 있는 문장으로 제목을 정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수필의 제목은 작품 내용을 포괄할 수 있거나 전체의 작품을 암시할 수 있는 내용으로 독자가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도록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제목이었으면 좋겠다.    
  수필은 쓰는 사람에 따라 제목을 먼저 정해놓고 글을 쓰는 경우와 글을 다 써 놓은 후, 제목을 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방법은 글을 쓰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좋은 제목의 수필은 우선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선에 사로잡힌 독자는 그 글을 끝까지 읽게 될 것이고, 어쩌면 이렇게 좋은 제목을 붙여놓았을까 하는 찬사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첫인상은 독자의 마음의 문을 여는 지름길일 테니까.  

                                                                      (2006. 수필춘추.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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