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호 수필

수필의 서두는 문틈으로 바깥세상 엿보기

여강 선생 2025. 10. 24. 18:16

                                 수필의 서두는 문틈으로 바깥 세상 엿보기

                                                         최중호
  수필의 서두는 문틈으로 바깥세상 엿보기와 같다. 한옥의 방안에서 빼꼼히 열린 문틈으로 바깥을 볼 때가 있다. 이때 바깥에서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거나, 전과 다른 일이 일어나면 문을 열고 밖의 상황을 살피거나 밖으로 나가 새롭게 전개되는 일을 자세히 보려 할 것이다.
  하지만, 문틈으로 본 바깥 풍경이 별 볼 일 없거나, 일상적인 장면이라면 문을 닫아버리고 말 것이다.
  수필도 마찬가지다. 서두가 참신하거나 흥미롭고 경이롭다면 독자는 그 글을 계속 읽어 갈 것이지만, 진부한 설명으로 시작하거나 신선미가 없이 무미건조하다면 독자는 더 이상 글을 읽지 않고 책을 덮거나, 다른 작가의 수필을 읽을 것이다.
  서두는 독자를 끌어들이는 첫 번째 관문이다. 서두에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어떤 매력이 있어야 한다. 서두가 매력적이면 독자는 글을 계속해서 읽어 갈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더 이상 글을 읽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수필의 서두는 글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수필의 서두는 음식의 맛보기와 같다 하겠다. 음식을 처음 맛봤을 때 짜거나 싱거우면 우리는 그 음식을 먹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짜다는 것은 경박한 표현으로 독자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이요, 싱겁다는 것은 지루하거나 무미건조한 표현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 양념을 넣어 간을 맞춰 소비자의 미각을 돋우도록 해야 한다. 수필에서도 작가는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독자의 구미에 맞는 서두를 쓰기 위해 많이 고민을 한다.
  오창익은 수필의 서두를 단거리 육상경기에 비유하고 있다. 단거리 육상경기에서 선수가 출발을 잘못했다고 하자, 그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기록이 좋지 않아 실망하거나 허탈감에 빠질 것이다. 수필도 서두를 잘못 시작했다면 독자는 실망하여 글을 더 이상 읽지 않을 것이다.
  플로베르는 ‘한 장소에 알맞은 말은 단 한마디밖에 없다.’ 하였다.
  윤오영은 ‘안개같이 시작해서 안개같이 사라지는 글은 가장 높은 글이요, 기발한 서두로 시작해서 거침없이 나가는 글은 재치 있는 글이요, 간명하게 쓰되 정서의 함축이 있으면 좋은 글이다.’라고 하였다.
  수필가 정목일은 수필의 서두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한다.
수필에 있어서 '서두'는 글의 격(格)과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단 한 줄의 서두를 끄집어내기 위해 많은 시간에 걸쳐 고심한다. 헝클어진 생각의 실타래에서 첫머리를 찾아냈다면, 마음속에 이미 대강의 구성까지 이뤄졌다고 봐도 좋다. 고심 끝에 서두를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작품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단 한 줄의 서두를 얻기 위해 피나는 산고(産苦)의 아픔을 경험하기도 하고, 우연히 쉽게 서두를 찾아낼 때도 있다.
  수필에 있어서 서두는 ‘첫머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수필의 경지랄까, 솜씨를 첫눈에 드러나게 하기 때문이다.
  신인이나 초보자들은 '서두'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수필의 서두는 작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간결하면서 상징적인 표현, 짧으면서도 여운이 남는 함축적인 문장이라야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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