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호 수필

참 좋은 세상

여강 선생 2023. 12. 8. 19:30

                                                                            참 좋은 세상
                                                                                                       최중호
  아침에 인터넷쇼핑에서 주문한 물건이 오후에 도착했다. 상대방에게 돈을 보내야 할 때도 집에서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면 되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인터넷쇼핑이나 홈쇼핑에서 주문하면 집에서 물건을 받을 수가 있다. 대형 매장에서도 물건을 산 후 무겁게 들고 올 필요가 없다. 집으로 배달해준다. 
  우체국이나 은행에 가서 상대방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졌다. 집에서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면 된다.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시외전화를 하려면 우체국이나 전신전화국으로 갔다. 전화가 있는 집이 드물어, 급한 일로 시외전화를 하려면 시골에서는 우체국으로 가야 했다. 그곳에서 상대방 전화번호를 적어 주면, 교환이 상대방을 불러낸 후, 연결이 되면 공중전화 부스처럼 생긴 곳으로 들어가 통화를 했다. 하지만 시외전화를 신청한 사람이 많을 때는 한동안 순서를 기다린 후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통화가 되었다 해도 문제가 많았다. 통신 시설이 좋지 않아 쉽게 끊어지거나 상대방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고래고래 소리를 높여 통화해야 했다. 
  지금은 어떤가? 핸드폰이 있어 언제 어디서나 전화를 주고받을 수가 있다. 음질도 좋아서 마치 곁에서 이야기하듯 깨끗한 음질이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된다.        
  살아가는 데 있어 여러 방면에서 참 편리한 세상이다. 
  43년 전, 서울에 있는 어느 잡지에 수필 한 편이 실린 적이 있다. 처음엔 그 잡지를 잘 보관하고 있었지만, 이사를 여러 차례 하면서 잃어버렸다. 마침 그 글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43년 전에 잡지에 실렸던 글을 다시 읽어 볼 수 있으리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잡지사로 전화해 보았다. 
  “과거의 자료 중 1973년 5월호에 실린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잠시 후 담당자로부터 내 글을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그 자료를 복사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해주겠다.”라고 한다. 43년 전에 실렸던 내 글을 다시 볼 수 있다니….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기뻤다. 
  집에서 인터넷뱅킹으로 복사료와 우편요금을 잡지사로 송금했다.
 이튿날, 이른 아침 벨이 울렸다. ‘이른 아침부터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문을 열었다. 잡지사에서 온 택배였다. 43년 전에 썼던 수필을 복사해서 비닐로 된 파일철 안에 예쁘게 넣어 보내온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은 몰랐다.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이렇게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 일인가. 참 좋은 세상이다. 

                                                                                     (2016. 수필문학.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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