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애 긴 여운
최중호
한 마리만 잡으면 점심 한 끼쯤은 굶어도 배가 고픈 줄 몰랐다. 어린 시절 잠자리는 잡기 쉬웠지만, 매미는 잘 잡히지 않았다. 잠자리가 눈에 잘 띄는 낮은 곳에 앉아 있을 때, 매미는 높은 나무에 숨어있었다. 하지만 노랫소리는 가까이서 들을 수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매미가 노래를 한다. 어제 못다 한 노래가 있어 오늘 다시 부르는가. 그 노랫소리를 들으면 찌는 듯한 무더위도 잠시 잊을 수가 있다.
매미는 땅속에서부터 도인(道人)의 기질을 타고 태어나는 가 보다. 도인(道人)이 여러 해 동안 깊은 산 속에서 수도(修道)를 하고 세상에 나오듯, 매미도 긴 세월을 땅속에서 머물다 나온다.
또한, 매미는 고결한 선비의 기질을 갖고 태어난 것 같다. 깔끔한 옷을 즐겨 입고 허튼 곳에는 앉지 않으며, 고대광실 높은 집에서만 앉아 있다.
매미는 이슬만 먹고살기 때문에 취(醉)해서 노래도 잘한다. 참이슬*에 취한 술꾼들이 부른 노래를 계속 부르듯, 매미도 같은 노래만 반복해서 부른다.
옛사람들은 매미가 군자의 오덕(五德)을 갖추었다 하여, 군자지도(君子之道)의 상징이라 하였다.
그 이유는 ‘머리에 갓끈이 있으니 문(文)이요, 이슬을 먹고 사니 청(淸)이며, 곡식을 먹지 않는 것은 염(廉)이고, 집을 짓지 않고 사는 것이 검(儉)이며, 계절을 지키는 것을 신(信)이라’ 하였다.
군자의 오덕까지 갖춘 매미지만 그의 생애는 너무 짧다. 하지만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즐거운 노래만 부를 뿐, 결코 슬픈 노래는 부르지 않는다.
비록 짧은 생애일지라도 긴 여운을 남기는
맑고 기품 있는 노래를 다시 들어보고 싶다.
* 참이슬 : 이슬이란 뜻으로 ○○주조에서 나온 소주 이름을 말하나, 여기서는 일반적인 술을 일컫는 말로 사용하였다.
(2001. 수필과 비평. 9‧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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