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장터
최중호
금요일이면 아파트 옆에 장이 선다. 넓은 차도 옆에 일직선으로 길게 자리 잡은 금요 장터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서는 장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그곳에는 시골에서 올라온 농산물이 주류를 이루지만 수산물과 공산품도 있다.
생활에 의욕이 없거나 어릴 적 생각이 나면 가끔 금요 장터를 찾는다.
그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이다. 그곳엔 물건을 팔기 위해 크게 외치는 상인의 목소리가 있고 중년 가요 디스코 메들리도 있다. 그 소리 외에 물건을 팔고 사기 위해 나누는 이야기도 있다. 상인은 돈을 더 내라 하고 소비자는 값을 깎으려 한다. 그렇게 해서 흥정이 끝나면 서로 활짝 웃는 웃음과 함께 작은 물건 하나를 더 끼워주는 인정도 있다. 또한, 그곳에는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채소나 약초를 팔기 위해 시골에서 오신 할머니의 거친 손에는 집에서 기다리는 어린 손자와 손녀의 기다림이 있고, 생선을 단칼에 자르는 젊은 사내의 근육질 팔뚝에선 늙은 노부모의 기다림도 있다.
어렸을 적엔 시장에서 먼 시골에서 살았다. 오일장이라 닷새에 한 번씩 장이 섰다. 부여장은 걸어서 5km를 가야 했지만, 강경장은 뱃길로 12km를 갔다. 따라서 동네 사람들은 걸어가는 부여장보다 시장 규모도 크고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강경장을 선호했다. 어느 날 어머니를 따라 강경장에 가 보았다. 강경장에는 시골에서 보지 못한 물건들이 많았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려 봤지만 제 눈의 안경이랄까? 무엇보다 내 눈에 먼저 띈 것은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사탕이나 과자들이었다. 사탕이나 과자들은 장에나 가야 볼 수가 있고 먹을 수 있었다.
그런 재미로 장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장날마다 어머니가 장에 가시는 것은 아니었다. 돈이 필요할 때만 장에 가셨다. 농사지은 곡식을 장에서 팔아 쓸 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장에 가실 때마다 따라갈 수는 없었다. 어머니는 강경까지 가는 뱃삯이 비싸 곡식을 싣고 갈 때만 배를 이용하셨고, 오실 때는 뱃삯을 아끼기 위해 12km나 되는 먼 길을 걸어서 오셨다. 그래 장에 가고 싶어도 따라갈 수 없었다. 어쩌다 어머니가 장에 가신 날에는 밤늦도록 잠도 자지 않고, 눈이 빠지도록 어머니를 기다린 적도 있었다.
오늘도 금요일이다. 아파트 사람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 카트를 끌고 금요 장터로 간다. 나는 꼭 사야 할 물건도 없으면서 어느덧 마음은 그들의 뒤를 따라 비좁은 장터 길을 걸어가고 있다.
(2015. 수필문학.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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