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선물
최중호
선물을 할 때는 세 번 즐거움이 따른다고 한다. 선물을 해야겠다고 생각할 때와 물건을 고를 때, 그리고 주고 난 후의 즐거움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선물을 주고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런 즐거움을 느껴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선물이란 물건에 있는 게 아니고 주는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닐까. 마음에서 우러나온 선물은 오래 기억되지만, 마음이 떠난 것은 쉽게 잊힐 것이다.
십여 년 전 ㅊ공고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한 노인이 대나무로 만든 비를 한 짐 지고 학교에 온 일이 있었다. 그 노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결혼 후 병으로 죽었다. 그 후 불행 중 다행으로 아버지의 얼굴도 보지 못한 손자가 태어난 것이다.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자라는 손자에게 있었다.
손자가 고등학교에 다니기 위해 시골집을 떠났다. 손자의 얼굴이 눈에 아른거린다. 학교로 찾아가 보고 싶었지만, 거리가 멀어 그리하지 못했다.
며칠을 궁리했다. 손자도 만나고 선생님께 인사하는 방법으로 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즐거웠다. 농사일로 거칠어진 손이지만 비를 만들 때는 비단을 짜는 정성으로 만들었다. 밑부분은 붓처럼 둥글면서 가늘어졌고 손잡이 부분은 칡덩굴로 묶어 가지가 잘 빠져나오지 않도록 동여맸다.
비를 다 만들던 날, 그는 좋아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비를 차곡차곡 묶은 다음 새끼로 멜빵을 만들어 등에 짊어졌다가 내려놓길 여러 번 하였다고 한다.
그는 늠름한 모습으로 자란 손자가 열심히 공부하는 걸 보았다. 눈에선 어느새 이슬이 맺힌다. 대견해서 흘린 눈물이다. 학생들이 교사(校舍) 주변을 쓸고 있다. 그들의 표정이 유난히 밝은 것은 노인의 따뜻한 정이 전해진 것일까.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마음이 깃든 선물을 하나 준비하고 싶다.
(1992. 중도일보. 중도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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